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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생물 : 세균은 정말 이로운 존재일까?
    미생물학 2025. 4. 9. 23:52

    ‘세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병을 일으키는 나쁜 존재로 떠올립니다. 감기, 폐렴, 식중독처럼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병원균들이 떠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모든 세균이 나쁜 건 아닙니다. 사실 우리는 매일 세균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치즈, 요구르트 같은 발효식품도 세균의 힘으로 만들어지고, 장 속 유익균은 소화를 돕고 면역력을 높여줍니다. 놀랍게도, 현대 의학에서도 사람을 살리는 세균이 존재합니다. 바로 항생제를 만들어내는 세균입니다.

    항생제의 탄생 – 자연에서 발견한 보물

    1928년, 영국의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실험 중 우연히 곰팡이가 박테리아를 죽이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이 곰팡이에서 추출한 물질이 바로 페니실린, 최초의 항생제였습니다. 이후 과학자들은 자연 속 미생물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항생 물질을 연구하며, 많은 항생제를 개발했습니다. 흙 속, 바닷속, 심지어 인간의 몸 안에도 항생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세균이 존재합니다. 이처럼 세균은 서로를 이기기 위해 ‘자연적인 무기’를 만들고, 우리는 그 무기를 이용해 병원균을 퇴치하는 것입니다.

    자연에 있는 세균이 항생제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과학자들은 이를 대량 생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세균을 배양하여 공장 수준으로 키우는 기술이 발전했습니다. 이를 발효조라고 하는 대형 탱크에 넣고,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며 일정한 온도로 유지하면 세균이 자라면서 항생 물질을 만들어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만 명이 필요로 하는 항생제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즉, 병을 이기기 위해 우리는 세균을 실험실에서, 그리고 공장에서 잘 키우고 있는 셈입니다.

    대표적인 항생제 생산 세균들

    실제로 항생제를 생산하는 세균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스트렙토마이세스(Streptomyces)라는 토양 세균입니다. 이 세균은 스트렙토마이신, 테트라사이클린, 에리스로마이신 같은 다양한 항생제를 만들어냅니다. 또 다른 예로 바실러스(Bacillus)라는 세균은 바실리신, 폴리믹신 같은 항생제를 생성하며, 펜실리움(Penicillium)이라는 곰팡이도 페니실린을 생산하죠.
    이처럼 자연 속 세균과 곰팡이는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무기를 끊임없이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균의 필요성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도 있습니다. 항생제를 너무 많이, 자주 쓰면 내성균이 생겨납니다. 내성균은 기존의 항생제로는 죽지 않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고, 때로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새로운 항생제를 만들 수 있는 세균을 찾기 위해 다양한 환경을 탐사합니다. 남극, 심해, 사막 같은 극한 환경은 새로운 세균의 보고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사람의 장내, 토양 속 깊은 층 등에서 신종 미생물이 발견되어, 항생제 개발에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세균의 새로운 역할 – 항암제, 백신도 만든다

    흥미로운 사실은 항생제 외에도 세균이 사람을 살리는 데 다양하게 활용된다는 점입니다. 일부 유산균은 면역력을 높이고, 특정 대장균은 인슐린이나 백신 단백질을 만드는 데 쓰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암세포를 공격하는 항암 물질을 만들어내는 세균도 연구 중이며, 암 조직에 들어가 독소를 분비해 종양을 줄이는 치료법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즉, 세균은 단순히 병을 막는 수준을 넘어 치료의 주체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세균을 이해하면 생명이 보인다

    이제는 ‘세균’이라는 단어에 무조건적인 혐오보다는, 그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인간과 세균은 오래전부터 함께 살아왔고, 지금도 수많은 세균들이 우리 몸속과 주변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세균은 때로 위협적인 존재이지만, 동시에 가장 가까운 조력자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세균을 키우고, 연구하며, 그들의 능력을 활용해 더 나은 치료법과 의약품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세균을 키워 사람을 살리는 시대, 이미 우리는 그 속에 살고 있습니다.

    세균은 단순한 병원체를 넘어, 생명 과학의 중요한 열쇠이자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파트너입니다. 우리가 세균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의료 기술과 생명 과학의 방향도 달라질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삶의 질을 바꾸는 힘. 바로 그 작은 세균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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